

평범한 용이라면 미물로 시작하여 깨달음을 얻고 오랜 기간 수련을 거쳐 승천의 기회를 얻어 용이 되기 마련입니다. 용은 승천하여 천계의 용천궁호(龍天宮湖: 용들이 머무는 하늘, 궁전이 즐비한 호수)에 머물게 됩니다. 그러나 이 용천궁호에 최근 이변이 생겼습니다. 곳곳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알들이 생겨나고 그 안에서 용이 태어난 것입니다. 용이란 자고로 천계에 소속된 존재로써 지상에 머무는 존재들과 다르게 번식을 하지 않으며 알을 낳을 일은 더더욱 없으니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습니다. 용들은 그 알과 알에서 태어난 용들을 일컬어 용란(龍卵)이라고 부르기로 합니다.
용란은 용천궁호에 용들의 방출되지 못한 신성한 기운이 쌓여 호수에 고이고 쌓여 결국엔 하나로 모여 응축된 덩어리가 알의 형태를 갖추어 온전히 새로운 하나의 용이 되기 위해 생겨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용란은 존재한 순간부터 순수한 용 그 자체로써 방대한 힘을 가졌으나 평범한 용들처럼 수련을 거친 것이 아니기에 삶의 의미에 대한 고찰이나 경험 따위가 부족하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렇기에 오랜 세월 용으로써 살아온 그들이 용란들에게 과제를 내려주기로 합니다.
용란은 작은 계란 같은 크기의 알에서 태어납니다. 알을 깨고 나오면 조그마한 용의 모습으로 깨고 나온 알은 곧장 몸으로 흡수됩니다. 그 상태로 며칠간의 적응을 거치면 금방 다른 용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자라납니다.

용란이 다 자라면 처음 태어났던 알의 그림이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크기로 가슴께에 새겨져있는데 그림에서 알을 꺼낼 수 있으며, 꺼낸 알은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제한 없는 가방 같은 역할을 합니다. 알을 꺼낸 후 가슴께에 있는 그림은 마치 비어있는 듯한 모양새가 됩니다. 용란의 알은 처음 태어났을 땐 조금 큰 계란 정도의 크기지만, 용란이 자라며 그 크기 또한 타조의 알만큼 거대해집니다.

용란은 며칠만에 다 자랐다고 할 수 있는 모습이 됩니다. 신장은 최소 150cm에서 최대 250cm까지 자랄 수 있습니다. 몸은 털로 뒤덮여 있고 발은 우제류나 포유류의 것을 하며 귀는 마름모 같은 모양입니다. 주둥이는 짧은 경우가 대다수이나 조금 긴 경우도 존재합니다. 머리카락 같은 긴 털이 자라나 있으며 머리엔 최소 하나, 최대 여섯 개까지의 뿔이 존재합니다. 뿔과 눈, 손톱과 비늘은 자신의 알과 같은 색이나 무늬를 공유합니다. 용란의 꼬리는 시작점이 두껍고 끝으로 갈수록 얇아지며 거의 비늘로 덮인 모양새로 꼬리 끝엔 털이 자라있기도 합니다.

다 자란 용란은 과제를 받아 지상으로 내려오게 됐습니다. 과제의 내용은 **‘인간의 곁에 머물며 소중한 것의 의미를 찾고 아끼는 것을 만들어 알에 담아오는 것’**이었습니다. 다양한 감정을 나누고 사회를 이루며 복잡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은 여전히 지켜보고 배울 것이 존재하는 생물이었으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러한 인간의 곁에서 지내며 생물과 자연, 세상의 소중함과 삶의 의미를 배우고 좋아하는 것을 만들며 많은 것을 배우기 바란 용들의 안배였습니다.
그러나 이건 용들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으로 내려간 용란이 인간 반려를 만들어 알에 담아올 줄은 말이죠… 용천궁호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인간이 발을 들이다니요. 그러나 인간은 나름 태연했고 결국 용들은 회의 끝에 용란의 반려를 받아들였습니다. 반려를 만든 용란은 그 누구보다 생명을, 존재를, 세상을 아끼게 되었고 과제의 본질을 이해했으며 어엿한 용으로써 굳건히 자리잡은 것으로 보였거든요. 또한 인간 반려를 둔 용들이 그를 지지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용란들에게도 이것은 좋은 본보기가 되었기에 그렇게 어쩌다 보니 과제의 내용은 변질되었습니다. **‘소중히 아끼는 반려를 만들 것’**으로 말이죠.
시간이 흘러 용란이 생겨나는 것에 또 한 가지 방법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바로 용란의 반려가 낳은 용란의 알에서도 마찬가지로 용란이 태어나는 것입니다. 굉장히 드문 경우긴 하지만 확실히 존재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용천궁호에 종종 생겨나는 용란들은 많은 것을 배우고 반려를 들여 온전한 용으로 거듭나기 위해 오늘도 조용히 지상으로 발을 내딛고 있습니다.